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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줄거리, OST 해설, 감동 장면 분석
tvN 드라마 빈센조는 2021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14.6%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은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입니다.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의 한국계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가 국내 재벌의 부패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통쾌하게 풀어낸 이 드라마는, 기존 한국 드라마의 틀을 깨는 색다른 캐릭터 설정과 전개 방식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송중기의 강렬한 연기, 김희원의 탄탄한 연출, 그리고 유쾌한 조연진이 완성한 밸런스 있는 스토리 구성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줄거리: 정의는 악으로만 이길 수 있다.
빈센조 까사노(송중기)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콘실리에리로, 배신과 암투가 뒤섞인 조직 내 갈등으로 인해 한국으로 도피합니다. 그의 목적은 금가플라자 지하에 숨겨진 금괴를 회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금가플라자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상인들이 입주해 있으며, 빈센조는 이들과 원치 않게 얽히게 됩니다.
그 와중에 대기업 바벨 그룹의 탐욕과 범죄 행각이 드러나고, 빈센조는 정의감보다는 개인적인 복수와 실리를 위해 바벨 그룹과 대립하게 됩니다. 그러나 점차 금가플라자 사람들과의 정, 죽은 이들의 억울함을 보며 빈센조는 점점 ‘악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로 변모합니다.
그와 함께하는 인물은 홍차영(전여빈). 처음엔 차갑고 이기적인 변호사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바벨 그룹에 대한 분노를 품고, 빈센조와 손을 잡게 됩니다. 둘은 수사, 폭로, 협박, 위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벨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반면, 바벨 그룹의 정체는 장준우(옥택연)라는 반전 캐릭터를 통해 충격적으로 밝혀집니다. 평범한 인턴처럼 보였던 그는 사실상 바벨의 최고 권력자였으며, 잔혹하고 비정한 사이코패스적 인물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를 벗어나, 악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법의 정의는 약자를 지키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빈센조는 악당이지만, 악당을 처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는 기존 영웅 서사와는 다른 ‘안티 히어로’로서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대목입니다.
OST 해설: 이탈리아 정서와 한국 감성의 절묘한 조화
‘빈센조’ OST는 이탈리아 오페라 풍의 클래식한 사운드와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성을 절묘하게 조합해 완성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대표곡들은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① “Adrenaline” – Solar(MAMAMOO): 통쾌한 복수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파워풀한 보컬과 리듬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빈센조와 차영이 협공하는 장면이나 바벨을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자주 삽입되어 시청자의 응원 본능을 자극합니다.
② “Is This Love” – Aalia: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빈센조와 차영 사이에 서서히 싹트는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곡입니다. 직접적인 고백은 없지만, 서로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③ “The Power of Love” – Various Artists: 드라마의 클래식한 무드와 무게감을 잡아주는 곡으로, 이탈리아풍 스트링과 오페라 성악이 조화를 이루며 빈센조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는 감정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④ “Flower” – Vincenzo OST Theme: 극 중 가장 상징적인 장면, 특히 회상 장면이나 이별의 순간에 삽입되며 드라마의 정서를 고조시키는 피아노 테마곡입니다. 말 없는 감정을 대변하는 명곡으로 손꼽힙니다.
감동 장면 분석: 악당이 되어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단연코 마지막 회에서 빈센조가 장한석(장준우)을 무너뜨리는 장면입니다. 그는 법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복수를 완성하며 “나는 정의를 믿지 않는다. 정의는 느리고, 나는 빠르다”는 대사를 남깁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함께 안겨줍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은 차영이 아버지의 죽음을 딛고 처음으로 바벨에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이전의 냉철한 변호사가 아닌, 슬픔과 분노를 감춘 채 정의를 선택한 인간으로 성장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빈센조와의 유대감도 더욱 강해졌습니다.
금가플라자 사람들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평범해 보이던 이들은 각자 숨은 능력을 발휘해 빈센조를 돕고, 그 과정은 단순한 코믹 relief를 넘어 공동체 연대의 따뜻함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영과 빈센조가 짧게 재회하는 장면은 여운을 남기며,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사랑과 기억은 이어진다는 감정적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결론: 정의롭지 않은 세상,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선택
빈센조는 단순한 사이다 복수극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악을 악으로 심판한다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안티 히어로가 주인공인 드라마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울림을 전달합니다.
또한 유쾌한 전개, 블랙 코미디, 깊이 있는 인물 구성, 감각적인 OST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장르의 틀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빈센조를 통해 깨닫습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정의는 때로는 아주 더디게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싸움을 멈출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강렬한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