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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쳐블: 1%의 우정 (Intouchables, 2011)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로, 장애를 가진 귀족과 가난한 이민자 출신 청년 간의 진정한 우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올리비에르 나카슈와 에릭 토레다노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프랑수아 클루제(필립 역)와 오마르 시(드리스 역)가 주연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장애, 인종, 계급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고, 클래식 음악과 현대 음악의 조화를 통해 감정의 교류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줄거리 요약: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만든 우정의 교향곡
파리에 사는 필립은 부유하고 지적인 귀족이지만,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는 수많은 간병인을 거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면접에 나타난 청년 드리스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이민자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에 속한 그는 간병이 아니라 실업급여 서류에 도장을 받으러 온 것뿐입니다.
하지만 필립은 드리스의 솔직하고 무례할 정도로 자유로운 태도에서 생기를 느끼고, 그를 간병인으로 고용합니다. 전통과 예의, 고상함으로 무장한 필립의 세계에,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드리스가 들어오면서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필립은 드리스 덕분에 삶의 즐거움을 되찾고, 드리스는 필립을 통해 책임과 감정의 깊이를 배워갑니다.
영화는 웃음과 감동을 교차시키며, 두 인물 사이의 진정한 우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은 그들이 나눈 대화나 행동뿐 아니라,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다리입니다. 클래식 음악과 힙합, 재즈와 알앤비가 교차하는 순간, 서로 다른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감정의 절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클래식 음악 해설: 감정의 품격과 연결을 만든 선율
『언터쳐블』의 OST는 현대적인 감각의 음악뿐 아니라, 고전적인 클래식 음악이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필립의 감정과 고독, 품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곡들은 바로크와 낭만주의 음악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1. 루드비히 판 베토벤 – Symphony No. 7, 2악장 (Allegretto)
영화 초반 필립의 고독한 삶을 표현할 때 사용되며, 반복적인 리듬과 낮은 현악기의 조화가 정적이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곡은 인물의 내면을 음악적으로 설명하는 대표적인 클래식 OST 장면 중 하나입니다.
2. 안토니오 비발디 – 사계 중 ‘겨울’ 1악장
필립의 정제된 삶과 공간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곡입니다. 빠른 스트링 연주는 긴장감과 규율을 상징하며, 드리스와의 대비를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3. 조지 프리더릭 헨델 – Sarabande
삶의 고통과 품격, 감정을 동시에 담아낸 헨델의 명곡으로, 필립의 내면을 가장 정적으로 표현한 장면에 삽입됩니다. 단조로운 선율 속에 응축된 감정이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장면 분석: 클래식과 현대 음악이 감정을 잇는 순간
1. 클래식 음악 감상회 장면 – 두 세계의 충돌
필립이 드리스를 데려간 클래식 콘서트 장면. 필립은 진지하게 감상하는 반면, 드리스는 오페라 가수의 제스처와 스타일을 익살스럽게 흉내 내며 분위기를 뒤집습니다. 관객은 웃지만 동시에 ‘문화적 격차’가 무너지는 순간을 체험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더 이상 거리감 있는 예술이 아니라, 유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2. 생일 파티 장면 – Earth, Wind & Fire와 클래식의 만남
필립의 생일 파티에서 처음에는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지만, 드리스가 “Boogie Wonderland”를 틀며 춤을 추자 분위기는 급변합니다. 이 장면은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에너지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장면입니다. 클래식과 소울, 그리고 흑인음악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순간입니다.
3. 드리스의 이별 – Sarabande와 침묵
드리스가 필립 곁을 떠나야 하는 마지막 장면. 배경에 깔리는 헨델의 Sarabande는 클래식 음악의 절제된 슬픔을 통해 이별의 무게를 고요하게 전달합니다. 대사가 없어도 음악만으로 감정을 완성시키는, 영화적 완성도의 정점입니다.
결론: 클래식 음악이 만든 진심의 다리
『언터쳐블』은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연결하며, 감정을 완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품격 있는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정서를 담아내고 상반된 배경을 지닌 두 인물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대사보다 음악에 더 귀 기울여 보세요. 특히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고, 장면의 정서를 끌어올리는지를 느껴본다면, 이 영화는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