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은 18세기 남미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와 종교, 그리고 인간의 신념이 충돌하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강렬하고도 시적인 영화다. 특히 이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여 캐릭터의 내면과 신념,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8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음악은 영화 그 자체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1. “Gabriel’s Oboe” – 가브리엘 신부의 첫 등장과 오보에의 힘
영화 초반, 예수회 신부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은 정글 속 원주민 과라니족에게 신앙을 전하기 위해 폭포 너머 깊숙한 숲으로 들어간다. 문명과 단절된 이곳에 무력이나 언어 대신 오직 오보에 한 자루를 가지고 들어간 그는, 나무 아래 앉아 오보에를 연주한다. 바로 이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이 바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대표작 <Gabriel’s Oboe>다.
오보에 선율은 초기에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흘러나오지만, 점점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변하며, 원주민 아이들이 경계를 풀고 다가오는 장면과 맞물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음악이 이끄는 감정선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닌, 하나의 언어이자 설득의 도구가 된다. 이 장면은 클래식 음악이 영화에서 대사를 넘어서는 ‘감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다.
2. “Falls” – 속죄의 여정과 이구아수 폭포의 상징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로드리고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의 속죄 장면이다. 노예 상인으로서 원주민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동생을 죽인 과거를 가진 그는, 자신의 죄를 짊어진 채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지고 가파른 폭포 절벽을 오르는 고행을 자청한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모리코네의 곡 <Falls>는 극적인 영상과 함께 감정의 격류를 만들어낸다.
초반에는 무거운 현악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로드리고가 절벽 위에 도달해 원주민 아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결국 그 무거운 짐을 벗게 되는 순간, 음악은 드라마틱하게 전환된다. 용서와 해방의 감정이 음악을 통해 전달되며, 관객 역시 그의 속죄 여정에 감정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 곡은 신의 용서와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음악적 응답이다.
3. “On Earth as It Is in Heaven” – 최후의 신념과 저항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미션이 유럽 열강의 정치적 거래로 인해 해체되고, 포르투갈 군이 원주민 공동체를 무력으로 진압하러 오는 장면이다. 이때 선교사들과 원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저항에 나선다. 가브리엘은 성체를 들고 평화적으로 나아가고, 로드리고는 무기를 들고 싸운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 위로 울려 퍼지는 것이 바로 <On Earth as It Is in Heaven>이다.
이 곡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응축한 작품이다. 종교적 신념, 희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한 곡에 담았으며, 오보에, 합창, 오르간, 현악이 순차적으로 어우러지며 절정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력한 울림을 가진 이 곡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의미 그대로, 인간과 신의 이상이 조우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결론 – 클래식 음악이 만든 ‘신념의 영화’
<미션>은 단순한 역사극이나 종교영화를 넘어, 인간의 도덕성과 신념, 회심과 저항을 교향곡처럼 조화롭게 풀어낸 걸작이다. 이 작품이 <오션스 일레븐>과 달리 화려함보다는 침묵과 절제의 미학으로 전개되지만, 그 감정의 깊이와 메시지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울림으로 확장된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이 영화로 클래식과 영화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음악 자체가 하나의 내러티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션스 일레븐>이 세련된 교향악의 스냅샷이라면, <미션>은 신념과 속죄의 장대한 오라토리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